<우리 말글 이야기>'터울'과 '나이 차'는 쓰임이 달라요

김정희 기자 2016. 2. 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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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과 이이는 서른다섯이라는 ‘터울’에도 서로를 벗으로 여겼다.

백악관 유엔 대북 결의안 합의, 북한 손발 묶을 ‘역대급’ 제재안 나왔다.

같은 나이끼리도 빠른 ○○년생, 늦은 ○○년생을 따질 만큼 우리 사회는 나이에 민감한데요.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친구를 사귈 때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상팔하팔(上八下八)’이라는 문화가 있어 위아래 8살까지 친구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거지요.

첫째 인용문의 ‘터울’은 ‘나이 차’로 고쳐야 하는데요. ‘터울’은 한 어머니의 먼저 낳은 아이와 다음에 낳은 아이와의 나이 차이를 뜻하는 말로, 친형제자매간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말입니다. 누나와 나는 3살 터울이다, 그녀는 2살 터울로 형제를 낳았다 등으로 쓰면 됩니다.

둘째 인용문의 ‘역대급’은 사전에 없는 단어인데도 ‘강력하다’ ‘월등하다’ 등의 의미로 잘못 쓰이는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여기선 맥락상 그동안의 제재를 통틀어 볼 때 ‘강력한’ 정도로 고쳐야 합니다. 역대(歷代)는 ‘대대로 이어 내려온 여러 대, 또는 그동안’이란 뜻으로, 여기에 ‘그에 준하는’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급(級)’을 붙인다고 해서 강하다거나 훌륭하다는 의미가 생기진 않지요. 많은 매체의 연예 관련 기사 제목으로 역대급 캐스팅, 역대급 표정 연기 등의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이는 말법에 어긋난 조합입니다. 역대 총장(여러 대에 걸친 총장들), 역대 전적(그동안의 전적)처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기기의 발달로 정보 교환이 빨라진 이면에는 잘못 쓴 글들의 급속한 전파라는 그림자가 따라붙습니다. 이미 양적으로 거대해진 오류투성이 글들이 바른 글들을 밀어내지 않도록 제대로 알고 쓰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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